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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의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 후 모씨는 최근 시중은행에서 “500만위안을 한 달만 빌렸다가 바로 갚아달라. 이자는 은행이 부담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실제로 자금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은행 요청이 계속돼 결국 응했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 속 대출 실적을 유지하려는 은행들이 돈을 빌려줬다가 곧바로 회수하는 이른바 ‘유령대출’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12일 “중국 은행들이 정부의 ‘전년 대비 대출 증가 유지’ 지시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 대출을 돌렸다가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민간투자 위축으로 실물경제의 자금 수요가 급감하자 은행들이 형식적인 대출로 통계를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신용 공급이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단절을 보여준다. 과거 경기 부양의 핵심 통로였던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가 위축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지방 부채를 엄격히 통제하면서 지난 2년 반 동안 LGFV 수와 부채 규모는 각각 71%, 62% 줄었다.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가 위축되고 지방 차입이 막히자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도 실물 부문으로 전달되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실물 부문에 집행된 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올해 7월에는 신규 위안화 대출이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기업과 가계가 부채를 줄이는 데 집중하면서 자금이 금융권 내부에서만 순환하는 경색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NFRA)은 지난달 칭다오은행 한 지점에 예금과 대출을 부풀린 혐의로 51만8300위안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 감사에서도 6개 국유 금융기관이 평가 기간 직전 5167억위안 규모의 대출을 집행했다가 곧바로 회수한 사실이 적발됐다. 일부 기업은 대출 전 자금을 미리 예치하거나 대출금을 다시 정기예금으로 묶어 통계를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자금이 금융권 내부에서만 순환하는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은행들은 목표 미달 시 경영진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구조적 압박에 놓여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 결과 대출은 늘어나지만 실제 수요와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 ‘통계적 성장’만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신용 왜곡은 무역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 이후 유럽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근본 원인은 해외 압력보다 국내 수요 위축에 있다”고 분석했다. 2021년 이후 부동산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내수 판매를 끌어내리면서 기업들이 과잉 생산분을 해외로 돌린 결과가 유럽 수출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내수 부진을 완화하기 위해 민간투자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린중궈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국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영기업이 효율적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을 강화하고 ‘민영경제촉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민간투자 발전을 더 촉진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도시의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민간자본의 참여를 촉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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